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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17:53

[핵융합질문] 자기장이 플라즈마를 어떻게 붙잡나요? 핵융합

핵융합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벽면에 닿아 식지 않도록 공중에 잘 띄워 놓아야 하죠. 플라즈마의 안쪽은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로 뜨겁게 유지하되 바깥쪽은 벽에 닿아도 상관없도록 차갑게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플라즈마를 공중에 잡아 놓기 위한 방법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자기장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도대체 자기장이 어떻게 플라즈마를 붙잡을 수 있을까요?

중력은 플라즈마에 별로 영향을 못 미친다.

우선 플라즈마가 어떻게 바깥쪽으로 도망가려하는지 부터 알아보죠. 플라즈마가 가운데 뭉쳐서 떠 있는 것을 방해하는 힘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중력이죠. 플라즈마도 무게가 있으니 당연히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겠죠.

하지만 이 중력은 사실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플라즈마는 보통 밀도가 대기의 만분의 일 이하이며 이러한 낮은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공 용기 안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토카막 내부에 있는 플라즈마를 다 모아봐야 수 그램에 지나지 않죠.

또한 핵융합 플라즈마는 온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플라즈마의 열운동 속도에 비하면 중력가속도는 거의 미미하다고 봐도 됩니다. 따라서 핵융합이 일어나는 동안 플라즈마가 무거워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건 크게 걱정 안해도 됩니다.

무작위한 열운동에 의해 확산이 일어난다.

그럼 플라즈마를 잡아두는데 방해가 되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확산(diffusion)이라는 현상입니다. 물에 검은 잉크 방울 하나를 떨어뜨리면 검은 색은 점차 물 전체로 퍼져가며 결국 물 전체가 같은 흐릿한 회색이 되겠죠. 마찬가지로 플라즈마도 진공용기 가운데 모여 있으려 하지 않고 내부와 벽면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퍼지려고 할 겁니다. 이러한 확산 현상을 막아야 안쪽은 뜨겁고 바깥쪽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죠.

이러한 확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열운동 때문이죠. 열운동 자체에는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혹은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없습니다. 열운동은 그저 눈먼 장님처럼 무작위하게 공간을 헤집고 다닐 뿐이죠. 하지만 이런 무작위한 운동만으로도 공간 내의 열평형은 훌륭하게 달성됩니다.

예를 들어 왼편에는 100개의 입자가 있고 오른편에는 10개의 입자가 있다고 합시다. 만일 무작위한 열운동에 의해 왼편의 100개 입자중 10개가 오른쪽으로 넘어간다면 오른편의 10개 입자 중에서는 1개가 넘어갈 뿐이겠죠. 그 결과 왼편에는 91개, 오른편에는 19개의 입자가 남게 됩니다. 왼편의 입자 개수가 하나라도 많으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넘어가는 개수 역시 하나라도 많을 것이므로 왼편의 입자 개수는 계속 증가하고 오른편은 계속 감소하겠죠. 이 현상은 왼편과 오른편의 개수가 같아질 때 까지 계속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왼쪽이 붐비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명령하는 힘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죠. 그저 무작위한 움직임만으로도 입자 개수의 평형은 훌륭하게 달성됩니다. 열운동이 존재하면 확산은 불가피하다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열운동이 있어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법이 있으니 그게 바로 자기장 입니다.

자기장에 의한 원운동으로 무작위한 열운동이 확산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죠.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시베리아의 형무소에는 담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탈출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형무소에서 탈출하여 아무리 도망쳐봐야 결국 다시 형무소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죠.

그 이유는 사람의 왼발 보폭과 오른발 보폭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하얀 눈밭인 시베리아에서는 형무소에서 도망치려면 무조건 직선으로 걸어가야 하겠죠. 하지만 양발의 보폭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일정한 곡률로 커다란 호를 그리며 걷게 되고 그 결과 하얀 눈밭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형무소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해나 별을 보면서 방향을 잡으면 될 테니 이 이야기는 농담일 겁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행방향이 직선이 아니고 곡률을 가진 곡선이 되면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플라즈마에서 이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자기장입니다.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하전입자들은 자기장 내에서 운동할 때 운동 방향과 자기장 방향에 직각으로 힘을 받게 되고 - 이를 로렌츠 힘이라 하죠 - 이 힘이 입자들의 궤적을 곡선으로 만듭니다. 결국 하전입자는 자기장 방향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원을 그리게 되는 거죠.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자기장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는 로렌츠 힘 때문에 원운동을 하지만 평행한 방향으로는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평행한 방향으로는 원래 하던대로 무작위한 열운동을 하게 되죠. 즉, 자기장 방향의 앞뒤로는 여전히 확산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카막이 사용한 방법은 자기장을 휘어서 앞뒤를 이어붙여 도너츠 모양으로 만든 겁니다. 자, 이제 자기장과 직각 방향의 열운동은 자기장을 중심으로 회전하게 되니 확산이 일어날 수 없고 평행 방향의 열운동은 아무리 자기장을 타고 돌아봐야 역시 빙빙 돌게 될 뿐이니 확산이 일어날 수 없게 됩니다. 이게 바로 열운동이 있어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자기장의 비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에 의해 확산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완벽하다면 핵융합은 벌써 이루어졌겠죠. 이런 자기장의 철벽 방어에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도망가는 입자들이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충돌 때문입니다.

토카막에서 플라즈마를 구성하는 하전입자는 원형 트랙을 도는 자동차처럼 자기장을 따라 움직입니다. 충돌이 없다면 입자는 영원히 자기 차선을 따라 돌겠죠. -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입자들도 자동차처럼 드리프트를 하며 옆 트랙으로 미끄러집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다음에 하죠. - 하지만 충돌로 인해 입자들은 차선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상황을 이렇게 표현해 보죠. 하전입자라는 자동차는 자기장이라는 차선을 따라 달리는데 그냥 달리는 게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자기장 방향으로는 무작위한 열운동을 통해 전후진을 하지만 그에 직각 방향으로는 자기장을 중심점 삼아 원운동을 하고 있죠. 따라서 자동차로 차선을 따라가고 있는데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쥐불놀이 하듯 불통을 빙빙 돌리고 있는거죠. 끈의 길이는 차선폭 만하다고 합시다. 이게 토카막 내에서 플라즈마가 움직이는 방식이고 쥐불놀이의 불통이 하전입자에 해당합니다.

자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옆 차선에서 마찬가지로 불통을 돌리고 있는 차를 만났습니다. 그냥 지나치게 되면 불통끼리 부딪히겠죠. 그러니 깜빡이를 키고 반대편 차선으로 건너가야죠. 충돌에 의해 차선을 벗어나게 되는 겁니다. 실제 상황은 하전입자가 부딪혀서 회전 운동의 중심점이 바뀌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미리 차선을 바꾸는 걸로 표현하기로 하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플라즈마의 안쪽은 밀도가 높고 바깥쪽은 낮습니다. 확산을 막아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거죠. 따라서 안쪽 차선은 차가 많이 다니고 바깥쪽 차선은 차가 적게 다니는 거죠. 그럼 옆 차를 피하기 위해 차선 바꾸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바깥쪽 차선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안쪽 차선으로 이동하는 경우보다 많아지겠죠.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제일 바깥 차선으로 밀려나게 될 겁니다. 모든 차선에 차들이 골고루 분배될 때 까지요. 확산이 일어나는 거죠.

확산의 속도는 충돌의 빈도와 자기장의 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이러한 확산의 속도는 자기장이 없을 때의 무작위적인 열운동에 의한 확산 보다는 훨씬 느립니다. 이 확산의 속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요. 옆 차선의 차와 자주 마주칠 수록 늘어나겠죠. 다시 말해 충돌 빈도가 늘어날 수록 확산이 빨라집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바로 차선의 폭입니다. 한번에 밀려나는 거리가 차선의 폭에 비례하게 되므로 같은 충돌 빈도라고 하더라도 차선의 폭이 좁으면 그만큼 적게 밀려나게 되는 거죠. 이 차선의 폭은 자기장에 의한 원운동의 반경에 해당하며 이 반경은 자기장의 세기가 세질수록 작아집니다. 따라서 자기장이 셀 수록 확산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플라즈마를 잘 붙잡아 줄 수 있게 되는거죠.

자기장과 회전 반경 - 라머 반경이라고 합니다 - 그리고 확산 속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에는 이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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